오늘은 한국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식이 있다. 바로 원전주이다. 최근에 한국 증시에서는 원전주들이 높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연일 검색어에 올라가고 있다. 어떤 이유로 상승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보고자 한다.
증시를 달구는 ‘핵의 부활’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원자력 관련 주식, 이른바 ‘원전주’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보성파워텍 같은 종목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며,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핵에너지라는 단어만으로도 논란이 많았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분명 다르다.
왜 원전주는 지금 주목받고 있는가? 단순한 테마 장세의 반복일까, 아니면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까?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압박
원전주 상승의 첫 번째 배경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 각국에서 강화되면서, 석탄과 천연가스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불안정하고, 에너지 저장 장치도 아직 고비용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기저 발전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원전 정책에 보수적이었던 국가들도 최근에는 기존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 발표하며 방향을 바꾸고 있다.
2023년 유럽연합(EU)이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즉, 원자력은 이제 ‘없앨 기술’이 아니라 ‘다시 키울 기술’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정책·규제·금융의 구조적 전환이다.
한국의 원전 수출 재개와 기술 경쟁력
국내 시장에서 원전주가 급등하는 이유는 단지 세계적 흐름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드라이브 정책이 핵심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과거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축소되었던 국내 원전 산업은, 최근 2년 사이 전면 재정비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수출산업화 전략’을 통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수출 본격화,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등 관련 기업들의 수주 기대감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원전 수출 시장의 확대다.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 중동·동유럽 국가들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수출 유망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준공 이후, 한국은 원전 시공 경험과 안정성,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상태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실제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의 실적 기반 모멘텀이다. 즉, 원전주는 정부 정책과 글로벌 수출 전략이 맞물리면서 단기 테마가 아닌 구조적 성장의 서사를 갖기 시작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경쟁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소형모듈원자로(SMR)라는 기술 트렌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규모는 작지만, 설치가 용이하고 위험성이 낮으며, 설계·건설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향후 군소국가, 산업용 전력 수요, 해양·도심형 원자로 등 신시장 개척의 열쇠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SMR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한국 역시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이 중심이 되어 관련 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2024년 하반기까지 SMR 시제품 개발 및 수출용 설계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어, 주가 상승은 미래 기술 성장 기대감에 대한 선반영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원전주=안전한 투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원전주 열풍이 무조건적인 호재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원자력 산업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사회적 리스크’가 큰 산업이다.
예를 들어, 원전 관련 이슈는 국제 사고 발생 시 즉각적으로 하방 리스크로 이어진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한 건의 사고가 수년간 산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정권 교체나 사회 여론의 변화에 따라 탈원전 vs 친원전 정책의 급변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다른 리스크는 투자자들의 과열 심리다. 단기 급등 이후 조정 국면이 반복될 경우, 체력 없는 기업까지 덩달아 올라간 ‘묻지마 매수’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원전 부품 납품 기업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테마에 편승해 주가가 수 배 상승한 상태다.
즉, 원전주 투자에는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술력과 수주 실적이 명확한 기업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정책-기술-실적-수출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는 분석적 시각이 요구된다.
마무리하며: 지금은 에너지 전환의 분기점
지금의 원전주 열풍은 단순한 주식시장의 일적 현상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에너지 패러다임의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명백한 신호다.
신재생과 원자력이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둘 다 탄소 없는 미래를 위한 협력적 에너지 조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원전주는 단기 급등락을 넘어, 구조적 성장 가능성과 동시에 고유한 리스크를 지닌 복합적인 투자 대상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정보와 분석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는 자세다.
에너지 전환은 단기 테마가 아니라, 다음 10년을 이끌 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서 한국의 원전 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기회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투자자와 소비자의 판단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