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통행량이 많은 공원이나 역 근처를 둘러보면 흔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여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이다.
전동킥보드는 처음에는 편리함을 주 무기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요즘은 다른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인도에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거나 사용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주 이슈로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 도시들에서는 풍경을 해치고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오늘은 보행 중심의 도시 설계가 되어있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도심에 밀려든 바퀴들: 전동킥보드는 어떻게 도시를 점령했나
전동킥보드는 어느 날 갑자기 도시에 등장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친환경’, ‘편리함’, ‘새로운 이동 수단’이라는 이름으로 도심 속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교통 체증을 피하고, 자동차보다 저렴하며,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관광지에서는 특히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이 흐름에 발맞춰 수많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받아들였다.
지나치게 허술한 법적 제도, 사업자 유치를 통한 혁신 도시 이미지 구축, 시민의 편의 증대라는 이유로 규제보다는 장려에 가까웠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드러났다.
무질서하게 주차된 킥보드들이 인도를 점령했고, 보행자들은 불편을 넘어 위험에 노출됐다.
헬멧 착용 없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킥보드 사용자,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역주행하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되었다. 특히 관광객들이 많고, 보행 중심의 도시 설계가 되어 있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이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전동킥보드는 이동의 자유를 가져다준 동시에, 안전과 도시 질서, 미관, 보행권을 훼손하는 복잡한 존재가 되었다.
‘모빌리티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허용되었던 자유는, 이제 각 도시가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모빌리티의 불편한 진실: 파리, 로마, LA가 규제에 나선 이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파리였다. 전동킥보드를 가장 널리, 자유롭게 허용했던 유럽 도시 중 하나였던 파리는 2023년 전격적으로 공유 전동킥보드의 전면 퇴출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놀랍게도 시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아니라 시민 투표를 통해 직접 결정된 사안이었다.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도시 미관이 훼손되고,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을 바꾼 것이다.
파리 시는 이와 함께 전동킥보드 사업자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도시 전역에서 공유 킥보드를 철수시켰다. 개인 소유 킥보드는 여전히 허용되지만, 공유 서비스는 사라졌다. 도시 공간의 질서를 시민 스스로 선택한 사례다.
로마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유지하되, 이용 가능한 시간과 속도, 주차 가능 지역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로마 시는 특히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콜로세움, 바티칸 주변 등에서 킥보드 주행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서 관광의 편의보다 중요한 것은 보행의 경험"이라는 명확한 철학이 있었다.
미국 LA는 민간 모빌리티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던 도시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사고 증가와 이용자의 방치 문제로 인해, 서비스 사업자에게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기기를 일정 시간 이상 회수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이용자 추적 기술을 강화하여 무질서한 사용을 방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베를린은 킥보드가 지하철, 버스와 함께 도시교통의 일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차구역을 의무화했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밤 시간대 킥보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각 도시의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이동의 자유는 보장하되, 공공의 안전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통제하겠다는 원칙이다.
관광과 교통의 균형: 유연한 이동성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
이제 도시가 전동킥보드를 받아들일 때 고민하는 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다양화’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를 누구를 위해 설계할 것인가, 관광의 방식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관광객에게는 전동킥보드가 도시를 빠르게 둘러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역 주민의 일상적 보행권을 침해하고, 도시의 역사성과 문화경관을 해치며, 안전을 위협한다면 더 이상 그것은 ‘편의’가 아니라 ‘위험’이다.
관광도시에게 있어 전동킥보드는 숙제와 같다.
교통 혼잡을 줄이고, 친환경 이동성을 제공하며, 도시 체류 시간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도시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도시들이 공유 킥보드 대신 공공 자전거 인프라를 확장하거나, 보행 친화구역을 늘리는 방식으로 도시 내 이동을 재디자인하고 있다. 이동성을 단순히 '빠름'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모두를 위한 이동'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또한, 관광객을 위한 이동 수단은 도시의 인상과 직결된다. 무질서한 킥보드가 방치된 거리보다, 잘 정돈된 보행로와 공공 교통 안내 시스템은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품격 있게 만든다. 이러한 철학적 접근은 도시 브랜딩과도 연결된다.
전동킥보드는 도시의 문 앞에 놓인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와 함께,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마무리하며
한때는 ‘혁신의 상징’이었던 전동킥보드가 이제는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어떤 삶의 질을 우선시할 것인가,
관광이 도시를 소비하는 방식인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동의 자유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의 권리를 침해하고 질서를 해친다면, 결국 우리는 자유보다 불편함을 더 크게 체감하게 된다.
세계의 여러 도시는 지금 이 균형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모빌리티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철학과 설계의 문제로 진화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도시들은 이제, 멈춰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