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는 거의 대다수의 것들이 디지털로 채워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그런 디지털들 사이에서 예전의 감성과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보다 아날로그 카메라가 좋아하거나, 디지털인 패드를 쓰면서도 종이 질감에서 필기하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 필름을 붙이는 것들이다.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디지털 속에서 우리는 왜 다시 아날로그를 찾게되는 걸까. 오늘은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디지털 피로감과 감각의 결핍
우리는 지금 디지털이 전부인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한 대로 업무, 인간관계, 쇼핑, 금융, 오락 등 대부분의 일상을 처리할 수 있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며 하루가 지나간다. 효율적이고 빠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 안에 이상한 결핍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결핍의 정체는 바로 ‘감각’의 부족이다. 직접 냄새를 맡거나, 촉감을 느끼거나, 무게를 재는 행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우리는 스크린 속 이미지와 설명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고, 디지털 문서로 모든 걸 기억하며, 손글씨 대신 타이핑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이런 환경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디지털 피로감(digital fatigue)이다. 끊임없는 디지털 소통, 정보 과잉, 가짜 뉴스, 피상적인 관계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손에 잡히는 진짜’를 갈망하게 된다. 그 결과, 예상 밖의 반응이 일어난다. 카세트 테이프가 다시 팔리고, LP판이 음반 시장의 틈새를 차지하며, 종이 책을 일부러 사서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를 압도할수록, 사람들은 그 반대편에 있는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안정과 몰입을 얻으려 한다. 단순한 향수나 유행이 아니라, 심리적 복원력을 위한 본능적 반작용이다.
물성이 주는 진짜의 느낌: 소비자는 무엇에 반응하는가
‘물성매력(Materiality)’이란 단어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이미 우리 일상 속에는 다양한 형태로 침투해 있다. 그것은 디지털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물리적 대상이 주는 감각적 경험의 총합이다.
예를 들어, 수첩을 펼칠 때 나는 종이 냄새, 손가락에 닿는 질감, 펜으로 눌러 쓰는 느낌은 스마트폰의 메모 앱이 절대 제공할 수 없는 감각이다. 집에서 커피를 내릴 때 나는 원두의 향과 그라인더를 돌리는 소리, 머그컵의 무게감은 ‘커피 캡슐 자동 머신’의 간편함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만족을 준다.
이런 경험은 단지 ‘레트로’하거나 ‘감성적’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물리적 대상은 우리 뇌에 감각적 확신(sensory certainty)을 제공한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고, 귀로 듣는 과정이 실재감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이 감각적 실재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도 이러한 경향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급 필기구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고, 벽걸이 달력이나 수첩 같은 오프라인 굿즈가 SNS에서 공유되며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는 단지 기능이 아닌 ‘경험의 총합’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성이 주는 매력’은 인간이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신뢰를 얻는 존재라는 본질과 연결된다. 디지털은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신뢰할 수 없는 피상성을 동반한다. 반면, 손에 잡히는 대상은 우리에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다시 손에 쥐는 시대: 브랜드와 시장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기능과 가격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특히 MZ세대는 물성에 담긴 철학과 취향, 그리고 ‘경험성’을 함께 평가한다. 이것은 브랜드에게도 커다란 변화의 요구다.
즉, “어떻게 느껴지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감지한 브랜드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트 브랜드 ‘모놀로그’나 ‘몰스킨’은 단순한 수첩이 아닌 종이의 촉감, 커버의 재질, 손글씨의 감각을 강조하며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향초 브랜드는 심지의 타는 소리까지 고려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아날로그 카메라는 디지털 필터로 흉내 낼 수 없는 ‘필름 특유의 물성’을 콘텐츠로 강조한다.
한편, 일부 브랜드는 디지털 속에서도 ‘물성’을 구현하려 한다. 디지털 문서를 종이 질감처럼 보이게 하는 앱, 손글씨를 흉내 낸 타이핑 폰트, 물리적인 버튼 느낌을 재현한 UI 등이 그것이다. 결국 이것은 물성의 심리적 위안을 디지털로 어떻게든 재현하려는 시도다.
또한, 중고 물품과 리사이클링 문화가 성장하는 것도 물성과 관련이 깊다. 오래된 제품이 주는 ‘시간의 흔적’이나 사용감은 새것이 갖지 못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사람들은 낡은 물건에서도 ‘손에 잡히는 역사’를 느끼며 새로운 가치로 소비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감각 기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여전히 감각의 동물이고, 실제로 손에 닿고 귀에 들리고 코에 맡겨지는 무언가를 원한다.
마무리하며
디지털은 분명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빠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놓친 것도 있다. 바로, 느림, 감각, 실재, 손맛 같은 단어들이다.
물성매력은 바로 이 지점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며, 동시에 인간다움을 되찾으려는 현대 소비자의 무의식적 저항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시장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어떤 감각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그리고 다시, 손에 잡히는 진짜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