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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만의 도시가 이렇게 산다고? 해외 소도시의 놀라운 실험들

by gomgomi-24 2025. 6. 18.

오늘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외 소도시의 문화와 이슈 중 한국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사례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인구 3만의 도시가 이렇게 산다고? 해외 소도시의 놀라운 실험들
인구 3만의 도시가 이렇게 산다고? 해외 소도시의 놀라운 실험들

 

자동차 없는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실험


“도심에서 자동차를 없애면 진짜 살기 좋아질까?”
이 실험을 30년 넘게 지속하며 성공을 이룬 도시가 있다. 바로 독일 남부의 소도시, 프라이부르크(Freiburg)다. 인구 약 23만 명의 이 도시는 지금 전 세계 도시계획가들의 벤치마킹 1순위다. 특히 자동차 없는 마을로 불리는 보반(Vauban) 지구는 도시 친환경 정책의 상징적 공간이다.

보반 지구의 특징은 단순히 "차를 못 다니게 막는다"는 것이 아니다. 도보, 자전거, 트램을 중심으로 모빌리티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지구 내 주차공간은 거의 없고, 차량은 외곽 공용주차장에 세우도록 유도된다. 그 대신 트램과 자전거 도로는 집 앞까지 이어진다. 아이들도 도로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으며, 모든 인프라는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놀라운 건 이 도시가 주민 동의와 자발적 참여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처음엔 반발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 방식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체감하게 됐다. 지금은 프라이부르크 시민 70% 이상이 차를 갖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도 서울, 성남, 수원 등 일부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 구역을 실험 중이지만, 여전히 자동차 중심적 도시구조에 머물러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사례는 단순한 금지가 아닌, 인프라 설계의 전환과 시민 공감대 형성이 동반되어야 지속가능한 도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구는 적지만 문화는 풍부하다: 아이슬란드 아큐레이리의 예술 도시 전략

아이슬란드 북부의 항구도시, 아큐레이리(Akureyri)는 인구 2만 명도 채 안 되는 소도시다. 그런데 이곳은 전국 예술가의 요람이자 문화도시로 손꼽힌다. 비결은 단순하다. 도시 전체를 예술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간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작지만 확실한’ 문화정책을 이어왔다. 먼저, 거리마다 설치된 공공 예술작품은 대형 예산이 아닌 지역 예술가와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작품들이다. 또한 버려진 창고, 공장, 창작센터를 공공 창작공간으로 개조해 예술가에게 무상 임대하거나, 시민과 협업 전시를 기획한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매년 여름 열리는 ‘아큐레이리 아트 나잇(Akureyri Art Night)’. 이 축제는 시민, 관광객, 예술가가 함께 마을 전체를 갤러리로 만드는 행사다. 가정집 마당, 도서관, 카페, 심지어 주차장까지 전시공간으로 바뀐다.

이 모델은 한국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에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특히 청년 예술가 유입이 어려운 지역에서, 빈 공간을 문화 인프라로 활용하고, 예술가-주민 협력 기반의 마을 단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쓰레기를 돈으로 바꾼다? 이탈리아 카파니오의 자원순환 시스템

쓰레기 문제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공통 과제다. 특히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선 분리배출의 실효성과 자원 순환이 늘 숙제다. 그런데 인구 5천 명 남짓한 이탈리아의 소도시 카파니오(Capannori)는 시민 주도의 쓰레기 제로 운동(ZERO WASTE)으로 유럽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파니오는 유럽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도시 선언”을 한 자치단체다. 그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는 구조 자체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채택한 방식은 매우 실용적이다.

모든 쓰레기는 분류가 아닌 ‘기록’ 대상이다. 각 가정의 쓰레기 배출량과 품목이 전자 칩을 통해 관리되며, 덜 배출한 가구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시민이 직접 운영하는 ‘수리 센터’와 ‘물물교환 장터’고장 난 전자기기나 가구를 고쳐서 다시 쓰도록 장려하고, 폐기물의 최소화를 유도한다.

학교와 연계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원순환’을 체험하고 실천하도록 학기 내내 생활형 수업을 운영한다.

이 결과, 카파니오는 쓰레기 재활용률 90% 이상을 달성했고,
다른 유럽 도시들(스페인, 프랑스, 슬로베니아 등)이 이를 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RFID 제도 등 일부 시도는 있지만,
시민 주도형 인센티브 기반 순환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다.
카파니오의 시스템은 주민 참여와 동기부여 설계, 데이터 기반 행정이 맞물릴 때 어떤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작은 도시에서 배울 수 있는 큰 가능성

작은 도시들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적은 건 아니다. 오히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유연하고, 더 실험적이며, 더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설계의 기준을, 아큐레이리는 문화 도시의 가능성을, 카파니오는 자원순환 행정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지방 도시나 신도시, 군 단위 지역들도 획일적 개발이나 복사된 모델 대신, 자신만의 문제를 정의하고 자신만의 해법을 찾는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험은 반드시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프라이부르크, 아큐레이리, 카파니오가 그렇듯, 가장 작지만 가장 선명한 변화는 소도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