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이 있다면 모두가 두산에너빌리티를 말할 것이다. 무려 이틀 새 15% 이상 상승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단순히 주가만 오르내리는 이슈성 급등으로 보기에는 심상치 않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상승은 한국 산업의 방향성, 더 넓게 본다면 세계 에너지 흐름을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일 수도 있다. 오늘 우리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어떤 회사이며, 이번 급등의 이유까지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어떤 회사인가?
많은 이들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원자력 관련주’로 기억하지만, 이 회사는 단순한 테마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 두산중공업에서 사명을 변경한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최대의 발전설비·에너지 기술 기업이다.
핵심 사업 영역은 4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원자력 부문: 원전 주요 부품 제작, SMR(소형 모듈 원자로) 기술 개발
풍력·재생에너지: 육상 및 해상 풍력, ESS 기술 연구
열병합발전·가스터빈: 국내 유일 국산 가스터빈 제작 기술 보유
수처리·수소: 친환경 수처리 플랜트 및 그린수소 관련 기술 개발
이처럼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에만 집중된 기업이 아니라, 종합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 촉매는 무엇인가?
2025년 6월 25~26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연이틀 급등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SMR 수출 이슈
6월 중순,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간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품 계약이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SMR 프로젝트는 정부의 ‘원전 수출 재도약’ 기조와 맞물려 실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또한 SMR은 탄소중립, 소형화,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받고 있어, 기술 경쟁력과 수출 동반 성장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가 곧 발주할 예정인 대형 원전 프로젝트(최대 1,600MW 규모)의 수주 후보로 한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춤했던 원전 외교가 윤석열 정부 들어 재가동되었고, 두산은 국내 대표 원전 기자재 기업으로 해당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 원전 수주는 단순 매출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중장기 매출 확장, 국제 신뢰도 상승, 기술 수출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책 방향 전환
2025년 하반기 예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개정안에 따라, 원전 비중을 기존 25%에서 30~35%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미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도 원전 확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다.
단순 테마인가, 구조적 상승인가?
주가 급등이 있을 때마다 따라붙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건 테마성일까, 실적인가?”
두산에너빌리티는 단기 이벤트에 반응한 ‘순간적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종목일까?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와 연결된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
세계는 지금 탄소중립(2050 Net-Zero)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석탄·석유를 대체할 기저 전력원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됐다.
풍력이나 태양광이 친환경이긴 해도, 간헐성과 효율 문제로 인해 단독 에너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다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차세대 원전’이 주목받고 있다.
공급망 재편과 기술 자립
원전 기술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력, 국제 안전 인증, 국가 간 협력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생태계다.
두산은 이 모든 부분에서 이미 실적과 실체를 가진 기업이며, 한국 원전 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또한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따라, 자국 기술·자국 기업을 앞세운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두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가 주목할 방향
두산에너빌리티의 상승이 단순한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라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실적과 수주 공시
예상 수주가 실제 공시로 이어질 때,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생긴다.
뉴스케일·사우디 수주 여부는 반드시 체크 포인트.
SMR 기술 상용화 속도
2027~2028년 SMR 상용화가 현실화되면, 두산은 전 세계 수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정책 연속성 여부
정권 교체나 정책 변경이 있을 경우 원전 확대 흐름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기본계획이나 국제 협력 MOU 체결 등이 정책의 일관성 지표다.
‘원전 테마주’에서 ‘에너지 산업 리더’로
지금 두산에너빌리티를 단순한 원전 테마주로만 분류하는 것은 다소 구시대적 시각이다.
그보다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산업 경쟁력의 재평가, 기술 수출 가능성 등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급등은 단순한 기대감의 반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두산이 산업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조용한 선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