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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없이도 연착륙 가능할까? 저금리의 역설과 한국은행의 고심

by gomgomi-24 2025. 6. 23.

요금 경제 뉴스를 보다보면 '금리', '인플레이션', '연착륙' 같은 단어들이 반복되어 나온다. 그런데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표현이 하나 있는데 바로 '테이퍼링 없는 연착륙' 이라는 단어이다. 금리는 내리면서, 유동성은 유지하고, 경기 침체는 피하겠다는 이 야심 찬 시나리오. 정말로 가능한 걸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테이퍼링 없이도 연착륙 가능할까? 저금리의 역설과 한국은행의 고심
테이퍼링 없이도 연착륙 가능할까? 저금리의 역설과 한국은행의 고심

저금리 연착륙이란 무엇인가?

‘연착륙’이라는 용어는 원래 항공에서 유래한 말로, 경제에서는 급격한 침체 없이 성장률과 물가가 서서히 조정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근 경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는 바로 ‘저금리 연착륙’이다. 이는 고금리 기조에서 금리를 서서히 낮추며, 경기 과열 없이 물가와 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려는 정책 전략을 말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착륙이라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이를 위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나 긴축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과거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테이퍼링 없는 연착륙’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통념과 다른 이 접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한국은행의 스탠스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테이퍼링 없는 연착륙이 가능한 이유는?

기존의 거시경제 교과서에서는 ‘연착륙’을 위해 금리를 조정하면서도 시장에 풀린 유동성(즉, 양적완화)을 점차적으로 회수해야 한다고 본다.
이게 바로 테이퍼링(tapering)이다. 이는 ‘양적완화’와 달리, 시장 개입을 줄이고 민간 자율에 맡기기 시작한다는 신호다.

그러나 최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테이퍼링 없는 연착륙”이라는 발상이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디지털 경제의 구조 변화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비대면 소비 확대는 기존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망 비용이 낮아지고,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며 수요자 간 가격 비교도 쉬워진다.
이는 완만한 인플레이션 흐름을 가능하게 만들고, 금리나 유동성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여지를 제공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정화

최근 소비자와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2% 내외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시장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방증으로, 적극적인 긴축 없이도 신뢰 기반 정책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정책 여력의 한계

팬데믹 기간 동안 확장 재정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국가 부채가 급증하면서, 각국은 더 이상 큰 폭의 테이퍼링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정책 당국은 보다 ‘조용한 회복’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피로감과 정책 수용성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은 가계대출·주거비용·소비심리 등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정책 수용성이 낮아지고 있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보다 유화적이고 타협적인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행의 딜레마: 금리냐, 물가냐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한 차례 이상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인하 여부가 아니라, 속도와 명분이다.

인하 타당성: 경기 둔화 신호

소비자심리지수, 청년층 실업률, 내수 소비 지표 등에서 점진적인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 회복세가 완만하다는 점, 글로벌 제조업 회복세가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장률 방어를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존재한다.

인하 리스크: 물가와 부동산 반등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순간,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2020~2021년처럼 유동성 과잉의 부작용이 재발할 수도 있다.
또한 여전히 유가와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물가가 다시 오르는 ‘재인플레이션’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테이퍼링과의 관계

한국은 미국처럼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한 국가는 아니지만, 2020년대 초반 통화 공급을 대폭 늘린 전력이 있다.
따라서 테이퍼링이 없더라도, 금리 정책만으로 시장 균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의 신뢰가 관건이다.

결론: 테이퍼링 없는 연착륙, 가능하나 조건부

테이퍼링 없는 연착륙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전제는 매우 정교한 정책 조율과 시장 커뮤니케이션이다.

중앙은행의 신뢰성 확보

예상 가능한 금리 시그널 제공

시장 과잉 반응 차단을 위한 금융감독 병행

정치적 독립성 유지

이 네 가지가 충족될 때만이 ‘조용한 연착륙’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현재 그 문턱에 서 있다.
성과를 보이기보다는 실패를 피해야 하는 시기, 눈에 띄는 조치보다 정밀한 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