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가장 먼저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돈'이다. 당장의 생활비부터 시작하여 나아가 향후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위하여 우리는 돈을 벌고 자신의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 중 가장 쉽게 접근하게 되는 방식이 바로 '적금'이다. 은행에 일정시기동안 돈을 저축하면 이자가 붙어 저축한 돈보다 좀 더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 중 최근에 청년들의 관심을 끄는 적금이 바로 청년통장이다. 청년통장은 일정 기간동안 저축 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일반의 적금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적금이다. 청년통장은 출시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정책의 한계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늘 우리는 이 청년통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청년 자산형성’이라는 이름의 실험, 왜 다시 시작되었나
최근 서울시가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을 재개하면서 다시금 청년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통장은 일종의 공공 자산형성 지원 프로그램으로, 일정 소득 이하의 청년이 매달 저축하면 시가 동일 금액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자격 요건을 갖춘 청년이 2년 혹은 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2배 이상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사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처음 시행된 것이 2015년이다. 당시에는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정책적 실험으로 시작됐다. 이후 약 7만 명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가입했고, 탈락률은 10% 미만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예산·행정 부담과 함께 다른 청년 정책들과의 중복 논란 등으로 인해 몇 년간 사업 확대는 정체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2024년 서울시가 다시 사업을 확장하며 대상 인원을 1만 명 규모로 늘리고, 자격요건과 지원 방식 등을 일부 개선해 재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이 정책의 재개는 단순히 통장을 다시 열었다는 의미를 넘어, ‘청년 정책의 방향’을 재조정하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왜 지금 다시 이 정책을 꺼냈을까? 그 배경에는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원하는 청년층의 현실적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청년 기본소득, 청년 주거,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이 있지만, 직접 체감 가능한 자산 축적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희망두배 청년통장 구조 뜯어보기
이제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우선 자격 요건은 다음과 같다.
- 만 18세 이상~만 34세 이하 서울시 거주 청년
- 근로소득이 있는 자
-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해당하는 경우
가입자는 매달 10만 원 또는 15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해 저축할 수 있으며, 동일 금액을 서울시가 적립해준다. 예를 들어, 3년 동안 매달 15만 원씩 저축할 경우 총 540만 원을 납입하게 되며, 시에서 동일하게 540만 원을 적립해 총 1,080만 원의 목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이자, 장려금, 추가적립금(지자체·민간 기부 포함) 등이 붙는 경우도 있어 실제 수령액은 그 이상일 수 있다.
운용 방식은 ‘적립식’이다.
즉, 중도에 해지할 경우 적립금 일부가 소멸되며, 꾸준한 근로·소득 유지, 금융교육 이수, 사용 목적 확인 등이 일정 기준으로 작동한다.
목표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경제습관 형성과 자립 기반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성과 명확성이다.
복잡한 심사나 창업 아이템 검토, 사업계획서 제출 같은 조건 없이,
“매달 저축하면 2배로 돌려준다”는 직관적인 구조는 청년들에게 명확한 동기부여가 된다.
또한, 지원금이 생활비로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학자금 상환, 전·월세 보증금, 창업 자금, 교육비 등 장기적인 삶의 기반에 쓰일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단기 복지와의 차별점이다.
기대와 과제 사이: 단기 지원을 넘어선 정책 설계는 가능할까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이름처럼 ‘희망’을 상징하는 정책이지만,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지속성과 예산 규모의 문제다.
사업이 확장될수록 예산 소요는 커지고, 참여자에 대한 개별 관리 역시 복잡해진다. 이로 인해 ‘일회성 이벤트성 정책’으로 그칠 위험도 있다. 실제로 일부 해에는 예산 부족으로 선정 인원이 대폭 줄어들거나, 지원 자체가 축소되기도 했다.
둘째,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희망두배 통장은 ‘자산 형성’이라는 단기 성과에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청년들의 근본적 문제인 불안정한 고용, 높은 주거 비용, 사회 진입 장벽 등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즉, 이 정책은 결과를 돕는 보조장치이지, 구조를 바꾸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셋째, 지역별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서울시 고유 사업이다. 이에 따라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로 인해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거나, ‘정책 복지 격차’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는 명확하다.
다른 어떤 청년 정책보다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동기 유발이 가능하며, 참여자가 스스로의 자산을 직접 형성한다는 점에서 비의존적이고 자립지향적인 정책 설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 설계 및 타 청년 정책과의 연계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찾아야된다. 또한,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한 전국 확산 등으로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마무리하며: “돈을 주는 것”보다 “기회를 주는 정책”으로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단순히 돈을 주는 정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이 자기 힘으로 삶을 설계하고,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책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이 정책이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사회 구조 안에서 기능하는 제도로 진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년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은 단지 통장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안정적인 고용, 부담되지 않는 주거, 지속 가능한 소득 체계가 함께 설계되어야만, 그 위에 통장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다시 열린 희망두배 청년통장이 이름 그대로 ‘희망의 두 배’를 줄 수 있는 정책이 되려면,
정책 설계자와 시민 모두가 함께 긴 호흡의 신뢰를 가질 준비가 필요하다.